[월드컵] 일본, 뚜껑 열었더니 생각보다 대단하네

최고의 '반전 드라마' 쓰며 첫 원정 16강 진출
감독 " 4강 진출 위해 하나씩 이겨가고 싶다"

평가전 전적 1무 4패,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전적 2승 1패. 불과 몇달 사이 지옥에서 천당을 오간 오카다 감독은 일본 축구 대표팀을 원정 첫 16강에 진출시키는 놀라운 성적을 내며 그동안의 수모를 만회했다.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4강"이라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의 전망은 불투명했다. 오카다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치렀던 평가전마다 힘 한 번 못 써보고 주저앉으며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허점을 드러내 월드컵이 열리기도 전부터 일본 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개막 전 온갖 비판을 받던 오카다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쏟아내며 일본에서 어느덧 '명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오카다 감독이 이끄는 일본대표팀은 25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로얄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혼다 케이스케와 엔도 야스히토, 오카자키 신지의 골을 묶어 덴마크를 3-1로 격파했다. 이로써 일본은 2승1패(승점 6)로 네덜란드(3승·승점 9)에 이어 조 2위에 오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처음 본선에 올랐던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월드컵 본선에서 2승2무6패, 그나마도 자국에서 열린 2002년 대회 성적을 빼면 1무5패(3득점, 11실점)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이지만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4골을 넣고 2골만 내주는 빼어난 경기력을 과시했다. 특히 오카다 감독은 한국과의 평가전 패배 이후 "당연히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 같아서 축구협회장에게 진퇴 문제를 물어봤다"고 말하며 '패장'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월드컵 본선 카메룬과의 1차전을 1-0으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일신했고, 이후 네덜란드전에선 대등한 경기력으로 분패했다. 또 덴마크를 격파하는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그리며 16강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나이지리아와 16강 진출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던 한국이 16강에 오른 것보다 더 큰 이변을 일으킨 셈이다. 오카다 감독은 덴마크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하면서 노력했다. 훌륭한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6강 상대인 파라과이는 강하지만 4강 진출을 위해 하나씩 이겨가고 싶다"며 승리를 향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부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 아시아 축구의 힘을 만방에 과시하자'며 들떠있는 분위기다. 일본의 16강 대진운도 나쁘지 않다. 상대는 비록 F조 1위를 한 파라과이지만 2000년 이후 세 차례 대결에서 일본은 상대전적 1승2무로 앞서 있다. '사무라이 블루'가 승승장구해 월드컵 4강까지 오른다면 오카다 감독이 일본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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