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다시 해외로] 해외점포 성적표

`총자산 254억 달러, 당기순익 2억 달러`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25개국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의 103개 해외점포가 이뤄낸 지난해 영업 실적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99년 말 9억6,000만 달러 적자에서 3년 새 2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흑자폭도 지난 2001년의 9,900만 달러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올해는 SK글로벌의 부실여신에 대한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등으로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해외점포의 영업력이 좋아져 지난해 수준의 실적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는 줄고 이익은 늘고=2002년 말 현재 국내은행은 미국 등 25개국에 103개의 해외점포를 갖고 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 줄어왔다. 97년말 257개 달하던 해외점포(사무소 포함)는 ▲98년말 134개 ▲99년말 112개 ▲2000년말 109개 ▲2001년말 105개 ▲2002년말 103개로 5년 새 절반이 문을 닫았다. 자산규모는 98년 421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5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말에는 해외점포의 총자산이 27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자산)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지만 해외점포의 수익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말 12억9,600만달러에 이르던 적자규모는 ▲99년 9억6,100만달러(적자) ▲2000년 2,600만 달러(적자)로 계속 축소되다가 2001년 흑자로 돌아서 점차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적자점포 4개 불과=은행들의 해외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은 98년 이후 꾸준히, 강도 높게 계속돼 왔다. 그 결과 해외점포는 현재 적자점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우량해 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해 적자가 난 해외점포는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8년 말에는 적자점포가 61개에 달했다. 당시 해외점포는 부실을 치유하지 못한 채 적자의 수렁에 깊숙히 빠져 있었다. 이후 적자점포는 계속 줄어 ▲1999년 56개에서 ▲2000년 23개 ▲2001년 14개 ▲2002년 4개로 급감했다. 특히 국민ㆍ신한ㆍ조흥ㆍ산업은행 등은 지난 해 적자점포가 처음으로 한 곳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해외점포의 부실자산을 상각하거나 본점이관을 통해 대폭 정리해 자산건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세계경제 침체 등 외부변수로 은행들의 해외영업이 다소 고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해외영업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7%나 순익이 줄었고 조흥은행도 지난해 1,570만달러에 비해 큰폭으로 감소한 560만달러에 그쳤다. 외환ㆍ신한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익규모가 줄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800만달러 적자에서 유일하게 흑자로 돌아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SK글로벌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으로 이익기반이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그만큼 벌어 들여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뺀 전지역서 `흑자`=지난 해는 해외점포의 흑자행진이 두드러진 해였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외환은행이 9,0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순익을 냈고 ▲신한 3,900만달러 ▲조흥 2,500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은행은 4,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아픔을 겪은 후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올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16개 점포에서 5,80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유럽에서도 16개 점포가 4,3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밖에 ▲홍콩(11개 점포) 5,400만달러 ▲싱가폴(5개 점포) 3,200만달러 ▲중국(10개 점포) 2,500만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2001년 1억3,300만달러의 적자에 이어 지난 해에도 5,200만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의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부담이 커졌기 대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선 만큼 내년에는 일본지역의 영업이 다소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지역의 경우 2000년 20개의 해외점포가 3,800만 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1년새 흑자로 돌아서 2001년 3,700만 달러 흑자에 이어 2002년에는 4,3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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