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제계 강타 '곤 신드롬'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달 18일 닛산자동차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계획 「리바이벌 플랜」을 발표한 카를로스 곤(45) 최고집행책임자(COO).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곤이 가는 곳마다 수십명의 카메라맨들이 쫓아다니고 매스컴들은 연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지난 3월 자금난에 허덕이는 닛산자동차와 자본제휴를 한 르노자동차측은 닛산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6월말 공을 급파했다. 레바논계 브라질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곤은 르노자동차의 2인자로서 벨기에 공장 폐쇄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구조조정 전문가이다. 170센티미터가 안되는 작은 키, 짙은 역(逆)팔자(八字) 눈썹, 부리부리한 눈매에 좀처럼 웃지 않고 비장한 각오까지 풍기는 그의 얼굴표정은 겁많은(?) 일본인들을 기죽이기에 충분하다. 일본인들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그에게 「세븐 일레븐」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사실상 닛산자동차 사장의 역할을 맡게된 곤이 약 100일만에 내놓은 처방전은 2002년까지 주요생산거점인 무라야마(村山)공장 등 일본내 5개 공장의 폐쇄 직원 2만1,000명 감원 거래업체수 반감 및 보유주식 절반매각 등으로 일본에서 전례 없던 획기적인 개혁안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1조 엔의 비용을 절감해(비용절감률 20%)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안 발표직후 폐쇄대상 공장이 있는 지역경제가 크게 동요하고, 일부에서는 『일본식 경영시스템을 완전히 뒤엎겠다는 것이냐』는 반발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구조조정안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우세해지고 있다. 일본경제계에서는 「대기업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닛산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을 이용한 과감한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곤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요타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은 『닛산이 소생한다면 우리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을 것』이라며 『닛산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곤의 닛산구조조정 작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고 주식시장도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량해고와 계열해체를 골자로 하는 곤 스타일의 구조조정책이 성공할 경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일본식 경영체제의 붕괴가 가속될 것이란 점에서 곤과 닛산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의 다이이치강교(第一勤業), 후지(富士), 니혼코교(日本興業)은행의 통합발표, 10월중순의 스미토모와 사쿠라은행의 그룹을 초월한 합병발표 역시 일본금융구조의 재편에 따른 일본산업과 일본식 시스템의 일대변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전후 GHQ(연합군사령부)의 강권으로도 실현시키지 못했던 재벌해체가 글로벌경제의 조류변화로 단번에 이뤄졌다』며 『기업집단, 주거래은행, 주식상호보유, 종신고용 등을 중심으로 한 일본경제시스템이 이미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거대한 빙산처럼 서서히 움직이던 일본경제의 구조조정작업이 급류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장인영기자IY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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