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스포트라이트] 북한주민 친자확인 승소 이끌어 낸 배금자 변호사

선교사 통해 모발·손톱 등 증거 확보했죠


지난달 25일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이 국내 법원에 제기한 친자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북한 주민이 자신의 신분상 권리 확인이나 상속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송을 국내 법원에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법원에 처음으로 북한 주민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이는 해인법률사무소의 배금자(사진) 대표변호사다.

배 변호사는 "외국인도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는데, 북한 주민이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못하는 건 물리적인 사유 때문"이라며 "대법 판결은 북한 주민이 남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국내 법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소송인 만큼, 재판부를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북한주민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국내 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지, 친자 여부를 증명할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 지 등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 변호사는 특유의 철저함과 북한 주민 소송을 처음으로 맡아봤던 경험으로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

배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기 전 이미 소송을 제기한 북한 주민이 사망한 아버지의 친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모발과 손톱 등을 북한에 건너간 선교사를 통해 확보했다.

아울러 배 변호사는 지난 2001년 합의가 이뤄져 재판부의 판단을 받진 않았지만 이미 한 차례 북한 주민이 제기한 친자확인 소송을 맡아 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배 변호사는 친자확인 소송 외 원고가 제기한 상속재산 소송과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에서 원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냈지만, 실제 이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지난 2011년 국회에서 통과된 남북주민상속특례법 때문에 북한주민이 승소해도 재산을 북한으로 사실상 가져가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특례법은 북한주민의 남한 재산에 대해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관리하도록 하고 북한의 주민이 남한의 재산을 가져가려면 반드시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북한에 재산을 가져갈 수 있는 경우는 생계유지, 질병치료, 주택이 홍수나 태풍으로 파손돼 수리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다.

배 변호사는 "북한주민이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재산은 그대로 남한에 묶이게 된다"며 "결국 탈북을 하거나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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