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쌀 보조금 2월 종료 … 정정불안 새 뇌관으로

농민마저 등돌려 잉락 사면초가

수개월째 정정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에서 '쌀'이 정국을 뒤흔들 뇌관으로 부상했다. 지난 2년 넘게 계속돼온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이달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잉락 친나왓 총리를 비롯한 집권 여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농민들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10월부터 시행해온 자국 쌀 보조금 정책을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잉락 총리가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실시한 후 새 정부 구성이 지연되면서 관련 예산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의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태국 정부는 자신들의 능력범위를 초과한 보조금 남발로 이미 사실상의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지난 2년여 동안 태국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조금은 20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최근 국제 쌀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태국 정부는 매입가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값에 쌀을 수출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결국 태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보조금 지급을 연기했고 이로 인한 농민 부채가 이미 4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수백명의 농민들이 지난 수주간 시위를 계속해오고 있고 한 농민단체는 보상을 요구하며 정부를 제소했다. 현 집권 여당인 푸어타이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농민들마저 이처럼 반정부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잉락 총리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WSJ는 "태국의 집권 여당은 전직 총리였던 탁신 친나왓 시절부터 농민을 대상으로 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해왔다"며 "보조금 미지급 결정은 잉락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