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홍릉시대 막내려

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
세종 이전으로 마지막회의 개최

한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2년간의 '홍릉 시대'를 접는다.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홍릉 KDI 본원에서 개최했다. 앞서 두 차례의 국민경제회의는 모두 청와대에서 열렸다.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KDI에서 개최한 것은 KDI가 올해 말 세종시로 옮기는 만큼 의미 있는 환송회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KDI는 박 대통령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경제개발계획을 이끌어갈 '경제브레인'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71년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KDI 설립을 지시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사재 100만원을 내놓고 공사기간에 두 번이나 시찰을 했을 정도로 KDI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지금도 KDI 본관 로비에는 개관을 기념해 걸어둔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라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정중앙에 걸려 있다.

KDI는 이후 한국 경제 발전을 주도하면서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우수한 인재들을 제공해왔다. KDI 설립을 주도했던 김만제 초대 원장의 경우 1971년부터 1982년까지 11년간 원장직을 수행한 후 재무부 장관에 입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역시 KDI를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신임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3대 KDI 원장 출신이며 이날 개최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현정택 부의장은 제12대 KDI 원장을 지냈다. 현재 통화정책을 책임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제11대 KDI 원장이다.

5월 취임한 김준경 제14대 KDI 원장의 아버지는 박 전 대통령의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다. 이 밖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유승민 의원, 이종훈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등도 KDI 출신이다.

다음달 20일 전산실을 시작으로 KDI의 세종시 이전 행렬이 시작된다. 빈 홍릉 본원에는 어느 기관이 입주할지 미정이다. 당초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입주하기로 했다가 인천 송도 이전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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