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쏟아낸 ‘북핵’ 관련 발언은 평화적으로 대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압박이나 체제 전복 등을 통해 북한을 붕괴시킬 것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의 주장에 맞서 한국의 독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제시한 셈이다.
한국 대통령이 미 강경파 등과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외교적 언사를 내비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노 대통령 특유의 ‘맞짱 리더십’에서 비롯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작 6자 회담에 참석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미국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튀는 발언’을 어떻게 판단할 지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일 영국 동포와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도 한국 국민들의 뜻을 벗어나는 것을 강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 폴란드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의 체제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고 7일 파리에서는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반응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노 대통령의 튀는 발언에 대해 논평을 내놓고 있지 않다. 강경파들이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 흘리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노 대통령의 LA발언을 긍정하면서도 “6자 회담을 치를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한국의 독자적 해결방안을 일정 기간 지켜볼 것이고 그 결과 여부에 따라 북핵 해법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올 상반기까지 미국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북측이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이 강경책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