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in 마켓] 치솟는 국제 곡물가격… 수혜주 전망은

무섭게 오른 비료관련주 더 오른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中 곡물생산 축소 선언 겹쳐
수요 증가·실적호전 기대 남해화학·경농 등 급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힘입어 비료나 농약·작물보호제를 만드는 업체들의 주가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뉴스 흐름에 따라 곡물 가격의 변동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이벤트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이상기후 현상과 더불어 곡물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자국 내 곡물 생산량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구조적으로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료 관련주들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20일 작물보호제 전문업체 경농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0.33%(15원) 오른 4,575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흘째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주가가 7,000원 아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두 달여 동안 29% 넘게 급등했다.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효성오앤비도 지난 6일 처음으로 주가가 1만원을 넘어섰다. 연초 후 33% 넘게 급등했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날 반등하며 다시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밖에 남해화학이 올해 들어 22.03% 올랐고 대동공업도 27.17% 급등했다.

비료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르면 농작물 재배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농약이나 비료·작물보호제의 수요도 늘어난다. 관련주들의 실적이 좋아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최근 월물 가격은 19일(현지시간) 부셸당 7.16달러를 기록하며 올 들어 처음으로 7달러를 넘어섰다. 밀 가격은 올 들어 18% 넘게 뛰었다. 옥수수 가격 역시 지난해 말 부셸당 4.22달러에서 4.88달러로 16% 가까이 올랐고 귀리(19.38%)와 대두(9.05%)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과 남미 지역의 옥수수와 대두 수확량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크게 떨어졌던 곡물 가격이 올 들어 본격적인 반등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크림자치공화국을 둘러싼 흑해 지역의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대표하는 곡창지대로 전체 생산량의 50%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김덕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크림자치공화국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흑해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정치적 긴장감이 극대화됐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연초 후 급등했던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이슈가 미치는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곡물가격이 대세적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앞으로 곡물 생산량을 크게 줄이기로 발표했고 미국의 한파나 남미의 폭우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인 2월 초부터 이미 상승 흐름으로 전환했었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곡물 생산량을 7,000톤 가까이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의 곡물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20년 만의 한파를 맞으면서 올해 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아르헨티나의 폭염으로 옥수수와 대두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어 내년까지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비료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이 오르면 심리적 측면에서 비료주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며 "그동안 계절적 요인에 출렁였던 비료주들의 주가 변동이 잦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출보다 국내 농가로 고객을 한정하고 있어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남해화학이 생산량의 30% 내외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경농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은 전량을 국내 농가들에만 판매하고 있다"며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국내 비료 관련주들의 실적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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