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자 다크풀서 속속 발뺀다

뉴욕 검찰 기소 나서자 도이체방크 등 거래중단
골드만삭스도 폐쇄 검토


미국 뉴욕주 검찰이 다크풀(dark pool·익명의 장외거래시장)을 운영하면서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로 영국계 바클레이스은행을 기소한 것을 계기로 다크풀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클레이스에 대한 검찰 기소 이후 미국 내 10대 다크풀 운영기관의 시가총액 중 130억달러가 날아갔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바클레이스 주가가 7% 이상 빠진 것은 물론 가장 큰 다크풀을 운영하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도이체방크도 각각 2~3% 하락했다. FT는 "시장은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골드만삭스는 자사 다크풀 시스템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CS, 로열뱅크오브캐나다를 비롯해 샌퍼드베른슈타인 같은 글로벌 은행 및 증권사들은 잇따라 바클레이스의 다크풀 시스템인 '바클레이스LX'를 통한 주식매매를 중단했다. 다크풀은 증시 개장 전 익명으로 주식 매수·매도 주문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거래 완료까지 매매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거래를 숨기고 싶어하는 대형 기관투자가가 선호한다. 바클레이스LX는 CS의 '크로스핑거'에 이어 미국 2위 규모의 다크풀로 일일 주식거래량은 9,000만주가 넘는다.

금융사들의 철수 러시는 앞서 25일 뉴욕주 지방검찰이 바클레이스LX의 안전성을 과대 포장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바클레이스를 기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은행이 LX 고객에게 기관투자가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극초단타매매(HFT) 트레이더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LX 내 HFT 트레이더에 관한 정보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검찰총장은 "바클레이스는 안전을 미끼로 삼아 고객이 포식자들로 가득한 다크풀에 뛰어들게 했다"고 꼬집었다.

다크풀은 익명성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기를 끌며 주식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로젠블랫증권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전체 주식거래 중 다크풀을 통한 매매는 4%에 불과했으나 올 4월에는 14.8%까지 급증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같은 전통적 거래소를 위협하고 있다. 다크풀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 내 업체만도 5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다크풀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주가를 왜곡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미 당국은 최근 들어 다크풀 규제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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