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물가채 이젠 거들떠보자

한덕수 삼성증권 청담브랜치장


물가연동국채는 지난해 4월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매매도 한산하다.

이유가 뭘까. 먼저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채권 금리의 상승이다. 채권이므로 금리의 영향을 받아 시중금리 상승으로 물가채 가격이 하락했다. 국고채 10년 만기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4월 연 2.76%까지 내려간 금리는 12월에 연 3.75%까지 단기간에 1%포인트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물가채 유통금리가 연 0.6% 초반에서 올 1월 초에는 연 2.05% 수준까지 수직 상승했다.

둘째, 소비자 물가가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 상황에서 물가채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소비자 물가가 연중 하락하고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다 보니 물가 상승분만큼 원금이 증가하는 물가채 특성상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다.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 안정, 원화 절상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셋째, 수급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세제 개편에 따라 2012년까지 절세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불안한 시장 탓에 안전자산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 거기에 외국인까지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면서 양호한 수급으로 표면금리 연 1.5% 물가채가 연 0.6%대 금리까지 내려가면서 급격한 가격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기대가 거품처럼 사라졌다. 연 0.6% 초반에서 연 2.05%까지 상승한 물가채 금리는 최근 연 1.78%까지 내려왔다.

앞으로 물가채 금리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최근 14년간 최저치에 해당하는 소비자 물가 수준이 올해 정상화 과정을 거쳐 정상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 부족에 따른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 중지에 따라 물가가 낮아지는 역기저 효과가 4월에 사라질 예정이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물가지수 가중치 변경 작업 등의 정부 노력과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갭 축소로 물가가 지금보다는 정상화될 것이다. 또한 공기업 정상화를 위해 공공요금의 인상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 1차 양적완화 축소 이후 국고채 10년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안 심리가 작용해 주식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채권 금리는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본다. 따라서 투자 심리 불안과 채권 매매의 수급 불균형에 따라 현저하게 낮아진 물가채 가격이 정상화 과정을 통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수준의 물가채 금리라면 매도보다는 매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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