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아침 삼성증권 본사와 삼성SDS 과천데이터센터를 압수수색하자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당혹해 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증권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이미) 검찰 조사가 예정된 것 아니냐”며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SDS 과천데이터센터는 금융 계열사 e메일 등 전산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며 “전자계열사 전산자료를 보관 중인 구미데이터센터와 서로 백업 관계여서 전계열사의 전산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다음 어느 곳이 압수수색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조만간 전략기획실과 다른 계열사들도 압수수색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수사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임직원들은 특검과 특본의 중복 수사 등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특검법이 통과된 마당에 수사를 피할 도리가 없고 그럴 의사도 없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실시된다고 해서 그룹의 입장이나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며 “다만 수사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대선ㆍ총선 등 선거의 민감한 상황과 맞물려 지루하게 끌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또 검찰 수사가 이제 초기단계인 만큼 향후 여러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그룹 전략기획실은 물론 각 계열사들이 냉정을 잃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상시와 같은 근무기강을 유지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창사 이래 처음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증권 측은 “황당할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비자금 수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얼떨결에 당한 일이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모두 끝나고 관련 수사가 진행된 후에야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며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