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박태용씨 인터뷰

"한강서 수백만원 짜리 탈 필요 있나… 편안한 자전거 고르는 게 중요"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증산역 부근에서 자전거 전문점 ‘원바이크유어스’를 운영하는 박태용 대표는 자전거로 인생을 바꾼 케이스다. 박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 스포츠신문의 사진부장이었다. 그러다 2005년 퇴직과 동시에 자전거 전문점을 차려 새 인생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 지역 자전거 애호가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인물.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동호인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장삿속을 떠나 솔직한 조언을 해주는 자전거 전문점 사장으로 통한다. 박 대표가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국내 산악자전거 초창기인 90년대 초반. 바쁜 신문 기자의 일과 속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알아보다 산악자전거를 접했고, 국가대표 출신 권영학 씨에게 4년간 기술을 배웠다. 타고난 스포츠맨인 박 대표는 산악자전거를 타면서도 철인경기에도 도전해 6번이나 완주했고, 유럽 미국 등 자전거 선진국으로 출장 갈 때는 자전거 전문점을 둘러보며 공부도 했다. “2002년 한ㆍ월드컵을 앞두고 부장으로 승진했어요. 스포츠신문 사진부장이 월드컵을 앞두고 얼마나 바빴겠습니다. 그러나 그때 직장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퇴직 후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구조조정 분위기가 퍼졌고, 더 있으면 후배들 볼 면목이 없어질 것 같아 퇴직을 결정한 뒤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죠. 취미에서 제2의 직업을 찾은 셈입니다.” 박 대표는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를 사서 두어달 그냥 타게 한다”고 말했다. 일단 자전거와 친해진 뒤 취미로서의 자전거를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의 재미를 느끼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대표는 “젊은 나이에 일과 피로에 찌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주당 2~4회는 타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정 기간을 견뎌내야 재미를 느끼는데,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 희열을 잊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한국의 자전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자전거 문화가 너무 고가 전문제품 위주로 형성돼 있다는 주장이다.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아주머니들에게 27단 변속기가 달린 수백만원 짜리 산악자전거가 왜 필요합니까. 20만~30만원대 제품이면 충분히 운동효과 볼 수 있거든요. 보여주기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전거에도 퍼져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생활자전거와 전문 자전거의 경계가 명확하다”면서 “용도와 목적에 따라 자전거를 고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시형 자전거 문화가 시급하다는 것도 박 대표의 생각이다. 한국도 유럽처럼 친환경 단거리 이동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며, 양복입고 헬멧 쓴 도심 자전거족들이 많이 나와야 자전거 문화가 성숙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마(車馬)’로 분류돼 차도를 달려야 하나 사람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갈 때는 보행자로 분류되는 등 관계 법령도 모호하다. 또한 대부분 자동차 운전자들은 좀처럼 자전거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도심의 도로는 이미 포화상태라 자전거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도시 자전거 문화를 위해 자전거 도로 등 시설 개선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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