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년] 노사관계 이렇게 변해야 한다

IMF 관리체제 1년이 지난 지금 노사관계는 공존 공생하는 「신노사문화 창출」과 과거와 같은 「대립과 갈등 회귀」의 갈림길에 서있다.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으로 근로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올 한해 노사관계는 현대자동차 파업과 만도기계 공권력 투입이라는 굴곡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원만하게」 진행된 한 해였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200만에 육박하는 거대한 실업자군이 존재하고 있다. 또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등으로 근로자만 일방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작 경제위기의 큰 책임이 있는 재벌과 공직자 등 소위 힘있는 사람들이 개혁과 고통분담에서 비껴서 있다는 불만도 팽배해 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정부의 주요 경제·사회·노동정책의 결정과정에서 노동의 참여가 배제돼 온 결과 정부정책에 대한 근로자 계층의 불신이 증폭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구조조정의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이나 분쟁을 최소화하고 관련 이해 당사자들간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 내지는 조율할 수 있는 정치적 매카니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같은 매카니즘의 중핵으로 바로 지난 1기에 이어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의 활동이 그리 만족스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관련 朴훤구 노동연구원장은 『중앙차원의 노사정위 역활을 보완하는 기구로 업종이나 부문 또는 지역단위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현안과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갈 수 있는 중간수준의 노사협력체제를 다원적으로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朴원장은 이를 위해 전국 수준에서는 물론 산별·업종·지역의 각 수준에서 노사 양측의 조직체계의 정비를 비롯한 정책개발능력의 강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극복과 더 나아가 항구적인 산업현장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신노사문화를 「참여」와 「협력」으로 정의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를 적대적 대상으로 삼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근로자 참여를 바탕으로 노사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핵심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투명성과 건전성, 책임성을 보장하는 참여주체로서 노동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관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는 일률적 평등이 아닌 공평성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참여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의 핵심역량 강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노사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임금동결 내지 삭감 등 단순한 양보교섭 차원을 넘어서 노사공동의 이익증진을 위한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교섭관행을 전략적으로 구축해 가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면에서 결합재무제표제도 도입, 소액주주의 행사요건 완화, 계역기업간 상호채무보증 금지와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의 핵심계열사 이사 등재 등 기업구조개혁을 위한 지난 1기 노사정위의 합의내용은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의 지속적인 보장은 법제도적 규제와 시민단체의 감시 등 외적인 규율보다는 기업내부의 근로자 집단에게 보다 폭넓은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여에 따른 노사간 연대책임을 지게 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실업시대 노동시장의 안정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정부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연대의 실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규제완화기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리해고제의 도입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해고권 남용을 규제,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유도하고 실업발생을 가능한 억제하기 위한 것이 법제도화의 취지다. 단순히 인원삭감에 의한 비용절감을 위한 방편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구조조정과정에서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 노동력을 단순히 소비재로 취급, 단기 성과위주형 관리방식을 지향하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고용안정, 적극적인 인적자원 투자,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에 바탕을 둔 고생산성·고부가가치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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