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진정국면인데… 해외선 "한국 의대생 오지마"

'위험지역 각인' 의료봉사 거부
네팔 등 동남아서 기피 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서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겨우 진정국면을 맞고 있지만, 해외서는 오히려 한국을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각인해 의료봉사를 거부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내 주요 대학에 따르면 대학 여름방학 중 네팔이나 캄보디아 등으로 매년 나가던 의대생 중심의 해외봉사활동이 올 들어서는 메르스 여파로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상대국이 메르스 전염을 우려해 아예 한국 대학생들의 의료봉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네팔이나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는 주요 대학 의대생들이 수년째 봉사활동을 해 오던 곳이지만, 한국의 대형병원이 메르스 주요 진원지로 부각되면서 해당국은 의대생 중심의 봉사활동마저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달 중순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무료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계획했던 김나연(가명)씨는 출국 하루 전날 해당 병원으로부터 취소메일을 받았다. 김씨는 "1년전부터 준비해 온 계획이어서 아쉽다"며 "국내서 느끼는 메르스 공포보다 해외서 느끼는 공포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봉사는 물론 의대생이나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해외대학 실습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여름 방학 동안 36명의 학생이 해외에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지만, 이미 일본 등 2개 대학에서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석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메르스 유입 가능성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메르스 감염 속도가 빠른 것으로 인식하면서 한국 학생들에 대한 입국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