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참여정부] 4대그룹 움직임

`참여 정부`의 취임을 맞이하는 4대그룹의 감정은 과거 어느 때보다 미묘하다. "한마디로 긴장과 기대가 뒤섞여 있다"(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4대그룹은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한국경제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이미 `환영`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물밑 교섭 아래 구체적인 전략도 마련중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때는 외환위기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출범한 만큼 재계도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 정부와 호흡을 맞췄다"며 "참여정부는 미래 성장비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성장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그룹별 방안과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정부와)다각적인 대화를 가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동북아 허브 구상에 대해선 정ㆍ재계간에 상당부분 교감이 오가고 있다. 4대그룹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테스크포스에도 참여, 자체 조율한 방안들이 수용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정부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열린 구조조정본부장 회동에서 그룹들의 허브육성을 위한 대강의 전략도 나왔다. 대기업들은 인천 송도를 IT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의 메카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에 맞춰 현행 R&D 연구소를 해당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전장팜 R&D센터를, SK그룹은 울산과 구미 등에 위치한 R&D센터 기능을 일부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진 그룹도 송도에 대규모 물류기지를 설치키로 하는 등 핵심영업기구를 옮기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4대그룹의 개별 전략과는 별도로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핵심 과제로 내세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전경련은 노 대통령이 지난 14일 전경련 주관으로 열린 신년 포럼에서 재계가 제의한 정ㆍ재계 합동의 `2만달러 달성 위원회`구성에 대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측에 전달할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초안은 마무리했고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회동을 통해 재계 차원의 구상을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다. 중장기 비전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과 달리 고민스런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정권 초기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과감한 설비투자를 하지 못?정부측에 `눈에 보이는` 선물을 하지 못하기 때문. 하반기에 들어서야 서서히 투자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장담키 힘든 현실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재벌개혁 방향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거리다. 4대그룹은 SK의 전격적 압수수색에서 보듯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정면대결을 피하고 전경련을 통해 우회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취임과 함께 새 경제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재벌 개혁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며 "노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의지가 확고해 재계는 일단 보완할 부분에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에 머물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전경련은 4대 재벌의 의견을 존중해 3대 개혁과제에 대해 선진국 사례 등을 녹여낸 재계 차원의 공식적인 의견을 조만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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