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교보, 대한생명 등 이른바 「생명보험 빅3」가 손해보험 영역이었던 상해보험 부문에 진출한 지 2년만에 시장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상해보험시장은 원래는 손해보험사들의 독무대였으나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상호진출이 허용되면서 생보사들이 대거 뛰어들어 손보업계의 시장을 잠식해왔다.
이에 맞서 손보업계는 암보험으로 생보시장 쟁탈에 나섰지만, 빼앗는 것보다 잃는 시장이 훨씬 커지고 있어 골머리를 앓는 상황.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당국이 생보사들에 편향되게 정책을 세우는 바람에 폐해가 불거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생보사들 상해보험시장 장악= 생보 빅3는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상해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올해 3월까지 무려 1조5,762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교보생명의 「차차차보험」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 기간동안 6,121억원(251만건)의 수입을 올렸으며 삼성생명은 「퍼펙트 운전자보험」을 팔아 5,873억원(235만건)을 벌었다. 대한생명(OK 365일 안전보험)도 95만건을 계약, 3,768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거인과 유치원생의 싸움=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상해보험 시장을 생보사들에게 내주면서 암보험 시장에 진출했으나 올해 3월말까지 고작 2,475억원(80만7,000건)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11개 손보사가 생보시장을 파고들어 거둔 수입이 생보 빅3가 손보시장에서 빼앗은 금액의 15.7%에 불과한 셈이다.
더구나 대한생명의 「차차차보험」 판매가 최근 100만건을 돌파한 데다 다른 회사들의 실적까지 감안할 경우, 생보사들이 최소한 2조원 이상을 상해보험 부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거인을 유치원에 보내 코흘리개와 싸움을 붙인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생보사의 거대한 조직과 영업력을 당해내기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발목 묶인 손보업계= 불만에 가득찬 손보업계는 화살을 금융당국으로 돌리고 있다. 당국이 지난 97년 생·손보에 일부 상호진출을 허용해주면서 손보업계에만 족쇄를 채워놨다는 불만이다.
손보사들이 암보험을 팔더라도 15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못하도록 단서를 만들어놓은 결과, 생보사들과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최근 장기계약을 허용했으나 비저축성 순수보장형 상품에 국한돼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한 관계자는 『15년간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하려면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누가 손보사에 암보험을 들겠느냐』며 『공정경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보사들의 발끝도 쫓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생보와 손보의 사업영역이 애매해지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므로 신규시장을 적극 발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