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력이 앞으로 4년 정도면 우리나라를 따라잡게 된다는 조사결과는 이미 양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질적으로도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우리나라 기술개발정책을 산업기술중심으로 전면 재편하지 않으면 국내제조업은 급속한 공동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와 중소 제조업체 2백4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중.일 기술경쟁력`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은 중국에 비해 불과 3.08년 정도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우리나라 산업기술력은 일본에 대해 3.36년 정도 뒤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기술수준을 따라잡기 전에 중국이 먼저 우리나라 기술력을 앞지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제품이 머지않아 세계시장에서 중국보다 못한 3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기술력이 뒤질 경우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일류제품화가 불가능하고 저가제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생산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의 경우 중국보다 10배나 높아 더 이상 가격경쟁력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술은 갈수록 뒤지는 반면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경우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신규투자가 안되고 기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됨으로써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는 피할 수 없다. 제조업 없이는 수출도 없고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우리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급속한 기술추격은 우리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국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기술개발정책과 R&D 예산을 산업기술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예산에서 연구개발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쟁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개발 예산이 산업 또는 기업의 기술력 향상에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해 기술개발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다시 말해 매년 막대한 연구개발예산이 실제로 산업의 기술력 제고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기술개발정책 및 연구개발예산의 편성을 산업 및 기업의 기술력 향상 중심으로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기업도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상품이 중국에 밀려날 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