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을 눈 앞에 둔 지금, 국가 정보화 추진에서 가장 무거운 역할을 맡은 이는 누구일까. 우선 꼽히는 인물이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과 박성득 한국전산원장이다. 南宮장관이 국가 정보화 정책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령관」이라면 朴원장은 정책을 입안하고 지원하는 작전·군수 담당 「참모」이기 때문이다.올해 朴원장이 南宮장관과 발을 맞춰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다. 특히 발등에 떨어진 불은 컴퓨터 2000년 연도 표기 문제(일명 Y2K).
『당장 시간이 없다. 올 여름까지 급한 불이라도 끄지 못하면 그로 인한 재앙은 상상하기도 싫다.』 朴원장이 지난해 3월 한국전산원의 사령탑을 맞자마자 원내에 서둘러 「Y2K 지원 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Y2K로 인한 재앙을 범국가적으로 인식시키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朴원장은 Y2K 재앙을 알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뒷수습이다. 여기에는 너나가 있을 수 없다. 『전산원은 물론 정통부, 산자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Y2K 인증센터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힘을 합해야 한다. 기업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야만 Y2K 불씨를 잠재울 수 있다.』 모두가 총체적으로 나서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국가 정보책임관제도(CIO)를 확실히 정착시키는 것도 올 한 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정보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주도로 일관된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 핵심 주체는 얼마전 발족한 「국가 CIO 협의회」다. CIO협의회는 52개 중앙 행정기관을 모두 아울렀다. 그동안 정보화의 발목을 붙잡았던 부처 이기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朴원장은 『이 제도를 입안한게 전산원』이라며 『올해에는 국가 CIO 협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朴원장이 해야 할 일은 수두룩 하다. IMF로 인한 실업난 해소와 정보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중인 「정보화 근로 사업」(국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잘 마무리 해야 한다. 또 초고속국가망 구축 사업 관리, 정보화 기술 지원, 국가 정보화 사업 감리, 전산망 표준화 작업, 국가 정보화 전략 개발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문제가 없다.
정보통신부 차관 시절 5척 단구인 외모나 업무 스타일이 꼭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을 닮았다 해서 「박소평」으로 불렸던 朴원장. 그는 지금 그 애칭만큼이나 생전의 덩샤오핑 못잖게 어깨가 무겁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