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전기’는 제작단계부터 전세계적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돼 왔던 작품이다. ‘게드전기’의 원작인 ‘어스시의 전설’은 이미 영화로 제작된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 중 하나. 이런 대작을 세계적인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나서서 애니메이션화했으니 그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일 공개된 ‘게드전기’는 아쉽게도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어쩐지 부족함이 드러나 보인다. 원작 6권 중 세번째와 네번째 책의 내용을 담은 영화는 소설의 목가적 세계관과 철학적 대사를 그대로 옮겨 놔 정작 이를 영화적 재미로 살려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화는 암흑의 힘을 물리치기 위한 왕자의 모험담이다. 서쪽 바다 끝에 살고 있던 용이 갑자기 인간들의 세계인 동쪽 바다에 나타나면서 작물이 죽고 집이 쓰러지는 등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마법사들은 마법을 점점 마법을 잃어간다. 한편 왕자 아렌은 암흑의 힘에 지배당해 아버지를 죽이고 나라를 떠나 악의 근원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아렌은 대현자 하이타카(게드)와 만나게 되고 하이타카의 친구인 무녀 테나와 그녀와 함께 사는 신비한 소녀 테루 등과 함께 혼란의 원인이었던 마법사 거미와 맞선다. ‘게드전기’는 ‘센과 치히로의 모험’‘하울의 움직이는 성’등 그간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인다. 그동안 만들어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대부분 일본의 민간 설화나 어린이 동화 등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 ‘이웃집 토토로’‘원령공주’등은 민담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어린이 소설책을 각색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쉽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어슐라 르 귄의 대작 판타지를 각색한 ‘게드전기’는 성인관객 조차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철학적 내용으로 관객들이 쉽게 영화를 따라잡을 수 없게 만든다. 6권이라는 긴 내용을 독파한 소설의 열혈 독자라면 모르겠으나 일반 관객이라면 영화 설정을 따라 잡기도 버겁다. 대작의 중간을 끊어 만든 스토리 탓에 영화는 종종 무리한 진행을 하며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지브리 만의 따뜻한 감동과 인간사에 대한 공감을 느끼기 힘들다. 오직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체만이 ‘게드전기’가 지브리의 작품임을 증명해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