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의 불똥이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한ㆍ중ㆍ일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로 계획했던 한국의 무역협회와 중국ㆍ일본의 상응하는 기관 및 연구소 간 한ㆍ중ㆍ일 FTA 추진 관련 세미나가 중국의 통보로 무기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FTA의 최종 타결까지 산ㆍ관ㆍ학 3개축으로 이어지는 논의의 프로그램 가운데 한 축에 브레이크가 걸림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일본과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이 같은 통보를 했다"며 "중일 갈등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ㆍ중ㆍ일 3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7년 가까이 진행됐던 한ㆍ중ㆍ일 FTA 민간연구를 종료하고 다음 단계인 산관학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지난 5월 서울에서 제1차 회의를,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제2차 회의를 갖고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중일 간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제3차 회의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국 간 회의 때마다 중국과 일본의 보이지 않는 대립 속에 중간자적인 우리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한중ㆍ한일 관계도 이 같은 상황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ㆍ중ㆍ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는 2012년 종료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된다면 일정 순연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3개국이 합의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3국이 산관학 공동연구로 발전되지 못하고 7년 동안 민간연구에 머물렀던 것도 사실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한ㆍ중ㆍ일 FTA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중·일을 묶어 시장으로 형성시키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 거의 유럽연합(EU)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세계적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의 파워가 서구에서 아시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아시아가 글로벌 질서의 축으로 자리잡으려면 역내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중·일 시장 통합은 중일 관계가 풀려야 실질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원활한 외교적 관계 형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결국 수시로 마찰을 빚어온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극한에 치달을 경우 우리가 추진하는 글로벌 FTA 네트워크 구축 및 역내 경제권 통합이라는 그림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