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Owner Way] <3> 구본무 LG회장의 인재경영

사람 중시 'LG웨이'로 글로벌 톱 대열까지 승승장구
"어려울수록 사람이 힘" 핵심인재 확보에 매진
대학생 해외탐방 지원이어 대리급부터 CFO양성까지
인재육성 프로그램 다양



지난 1995년 2월 구본무 회장은 현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다. 당시만 해도 LG는 창업 이래 지속된 '인화와 보수경영'을 지향하는 조용한 기업이었다. 구 회장은 취임 10주년을 맞은 2005년 임직원들에게 1등 LG를 주문하며 이를 실현할 'LG 웨이(way)'를 선포한다. 지난해 말부터 혹독한 금융위기 한파가 글로벌 시장을 휩쓸었지만 올해 LG가 거둔 성적은 해외는 물론 국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LG 계열사는 GS와 LS그룹 분리 등으로 50개에서 30여개로 줄었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매출이 30조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 말에는 적은 계열사로도 115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성장세를 실현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는 소니를 꺾고 2위에 올랐고 휴대폰ㆍ가전뿐 아니라 2차전지와 LCD 등에서도 글로벌 톱 기업 대열에 들어섰다. '승승장구 LG'라는 애칭이 뒤따랐고 올해에는 'LG 웨이'가 '삼성 웨이'와 더불어 비전이 아닌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잡게 됐다. 재계에서 '구본무식 ○○' 하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 회장의 'LG 웨이'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인재경영'이 있다. 어느덧 국내 학계에서는 이를 놓고 '구본무식 인재경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구 회장의 인재경영에 대해 LG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 때 앞으로 큰 틀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인사만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며 "지금도 그 약속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에는 구 회장이 직접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뽑지 않거나 기존 인력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며 인재경영 철학을 강조,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LG의 내일을 이끌어갈 인재확보에 경영진이 더욱 매진하라"고 지시했다. 최근에는 인재의 다양성을 위해 "경영학도뿐 아니라 철학도도 뽑아야 한다"는 등 그 어느 재벌 총수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재경영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구 회장의 인재경영은 실제 LG의 삶 속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을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구 회장 취임 이후 15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이다. 국내 최초•최장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1,700여명이 배출됐다. 해외 대학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뽑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올해 4월에는 일본 도쿄대•오사카대 등 10여곳의 일본 대학을 찾아 현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입사설명회를 열었다. 국내에서도 찾아다니는 입사설명회를 통해 CEO들이 현장에서 직접 우수 인재를 뽑는 것은 이제 LG의 전통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시야가 넓은 인재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캐나다•인도•일본•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 경영대학들과 연계해 운영하는 IMPM(International Masters Program in Practicing Management)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경영자를 꿈꾸는 간부급 직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일본 마쓰시타, 영국 BT 등 글로벌 기업 출신 인재들과 교류하며 세계적인 석학으로부터 최신 경영 트렌드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계열사 핵심인재들을 선발, 해외 MBA 스쿨에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200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처음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때는 미국 워싱턴대와 보스턴대로 지원 가능한 비즈니스 스쿨이 제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대,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프랑스 인시아드 등 30개 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대리에서 차장급의 LG 직원 중 성장가능성•영어실력•인사고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파견자를 선정하며 학비와 체재비•항공료 등 유학 기간에 필요한 경비 일체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재경 부문 간부급 직원들을 15개월 동안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5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LG-보스턴 CFO 양성과정'을 거친 임직원은 모두 40여명이다. 또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들도 자체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 경영자 양성에 나서는 등 LG 내부에서는 수많은 인재경영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다. 인재경영은 조직과 계열사 간 경쟁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LG 하면 인화'였는데 요즘에는 조직원과 계열사 간 경쟁 강도가 세지면서 '인화'가 사라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구 회장 취임 이후, 특히 금융위기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의 인재경영을 토대로 'LG 웨이'가 확실히 자리잡았다"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등에 올랐다는 자만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1등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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