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번지는 은행 부실

3위 은행에 20억유로 공적자금

유럽 은행권의 부실 문제가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로 확산될 조짐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정부가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치 디 시에나(BMPS)'에 최대 2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는 성명을 내고 "BMPS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 20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면서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의 은행권 지원은 지난 2010년 이후 2년 만으로 은행들의 부실이 심각해져 은행 스스로 자본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원방법으로는 지난 2009년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 재직 당시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을 정부가 매입하고 은행들은 이 자금으로 자본을 확충한 데서 유래한 '트레몬티 채권'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이탈리아 정부는 설명했다. 또 이미 정부가 보유한 이 은행 채권 19억유로어치도 새롭게 발행하는 채권과 교환해 상환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1472년에 창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꼽히는 BMPS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기준에 따라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달 말까지 32억7,000만유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 은행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46억9,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6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 보유에 따른 손실 충당을 위해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이탈리아 재무부가 실시한 29억9,000만유로 규모의 2년 만기 무이자 할인채(제로쿠폰 본드) 입찰에서 발행금리가 4.71%까지 치솟으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4년 만기 인플레이션 연계채 발행금리도 지난달 4.39%에서 5.20%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가 증폭되면서 이탈리아 은행과 정부가 상호 대출이라는 악순환의 덫에 걸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은행들이 대거 국채를 매입하며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훼손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은행권 구제를 위해 공적자금 투입에 나서게 됐지만 공공부채가 1조9,000억유로에 달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