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시대를 앞둔 기업들의 주요 과제 중에는 조직 내에서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성과 부진 근로자에 대한 처리방법도 포함돼 있다. 정년이 연장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근로자를 대하는 방식을 '퇴출 대상'에서 '교육·직무전환 대상'으로 바꿔 높은 성과를 내도록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 기업은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상대평가를 통해 전체 인원의 5~10%를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대한경영학회지에 발표한 '정년 60세 시대의 저성과자 관리'에 따르면 성과가 낮은 근로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인재 개발·향상 기회 박탈 △다른 구성원의 성장기회 잠식 △전체 생산성 하락과 구성원 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거꾸로 성과가 높은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저성과자에 대한 대책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각 기업은 항상 저성과자 처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정년 연장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정년이 연장되면 기존에는 스스로 물러나려던 사람들도 자리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가 부진한 근로자에 대한 처리가 더 힘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년 연장과 더불어 저성과자의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사정 논의에서 사용자 측이 줄기차게 업무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완화하도록 법령이나 해석상의 뒷받침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성과가 부진한 근로자들을 회사 밖으로 내몰기보다는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활용도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퇴직에만 집중하거나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저성과자로 보는 시각은 현재의 젊은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사기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또 과거보다 명예퇴직 같은 수단을 쓰기 어려워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고령·고직급·고임금 인력을 정리하던 방법으로 명예퇴직을 주로 썼지만 최근에는 명예퇴직 비용이 너무 비싸졌고 현장 직원들의 참여도도 떨어져 좋은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과가 낮은 사람들의 역량을 개발시켜 성과 창출을 유도하거나 조직 내에 이들이 잘할 수 있는 직무와 역할을 만들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 교수는 "특정 직무나 기업에서 성과를 못 내는 인력이라도 다른 직무를 맡거나 회사가 바뀌었을 때 잘할 수 있다"며 "저성과자 관리를 개인과 직무, 개인과 직장 간의 부조화를 해소하고 최적화시키는 기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과가 부진한 이유를 개인의 능력부족에만 한정 짓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취업하는 과정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잘 파악한 뒤 최적의 직장에 몸담는 구조가 아닌 임금이나 복리후생 같은 임금조건에 따라 특정 인기직장에 몰리는 상황을 보인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기업 간 인력 이동 장벽을 낮추고 퇴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을 하는 것도 기업의 할 일로 꼽혔다. 개인의 경우 평생 경력 시대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됐다. 성 교수는 "정부도 전직 지원을 위한 체계를 만들고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이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일을 통한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