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규 중앙대 대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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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한국인의 보편적 삶의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구주택센서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재고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70년에는 1% 미만이었으나 2000년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도시지역에는 아파트의 비중이 훨씬 높다. 아파트는 이제 시골 논 한복판이나 야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아파트는 한국인의 삶에 몇 가지 신화를 안겨주고 있다. 첫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지난 30여년간 소비자물가지수나 도시근로자 임금상승보다도 높았다. 아파트 소유는 곧 가장 확실한 이재의 수단으로 인식됐다. 경쟁이 심한 분양아파트에 당첨되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을 보장받기도 한다. 둘째, 아파트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택형태이다. 소득ㆍ지역ㆍ교육수준과 큰 차이 없이 골고루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셋째, 저층 아파트보다 고층 아파트가 더 인기가 높다. 최근 공급되는 3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나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는 분양열기가 너무 뜨겁다.
아파트는 서구에서 출발한 주거형태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밀려오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도시에 슬럼을 형성하게 됐고 빈민들의 주거문제는 심각한 도시문제였다. 이때 토지면적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형태가 창안됐고 이는 오늘날 아파트(apartment)라 불리는 공동주택이다. 그래서 많은 서구인들에게 아파트는 전형적 저소득층 주거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했던 영국의 경우 런던 등 대도시의 고층 공공임대 아파트 거주 기피현상으로 멀쩡한 아파트 단지가 폐허화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일부 서구 국가들은 고층 아파트에 7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가구의 입주를 제한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층 아파트일수록 부의 상징이요, 사회적 신분재화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아파트 비중이 이렇게 높은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내 집을 갖지 못한 가구가 많은 현실에서 아파트 공급을 제한하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러나 시골 야산과 논 한복판에 마구잡이로 짓는 ‘나 홀로’ 아파트는 문제다. 새로 개발되는 주거단지나 신도시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급도 제고돼야 한다. 도시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난개발형 고층 아파트는 허용돼야 하는가. 언제까지 아파트는 이재의 수단으로 치부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