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국회에 발목잡히나

4월 통과돼야 연내 시행되는데… 금융법안 처리 하세월
신용정보·전자금융법 등 지연땐
종합대책·금소원 설치 물건너가
스팸 난무·허술한 보안 지속 우려


지난 11일 아침,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물론 주요 국과장들의 발걸음은 국회로 향했다. 오전부터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법안심사를 받기 위해서다.

2시간여 뒤 이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서울 광화문 사무실로 돌아왔다. 신용정보법 등 법안심사는 열리지 않았다. 법안과 관련없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여야 간의 갈등이 커져 소위는 파행됐다. 이날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농협카드에서 포스단말기 해킹 사고로 10여만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국회는 법안심사를 외면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과시켜야 할 핵심법안만 신용정보법 등 4~5개에 달한다"면서 "4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등의 연내 실행은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국회가 마지막인데…=4월 국회는 관련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올해의 마지막이라는 근거는 이렇다. 6월 국회는 '6·2지방선거' 직후다. 더욱이 6월은 19대 국회의 전반기(2년)가 끝나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무위의 구성이 바뀌는 만큼 법안에 대한 설명 작업 등을 새롭게 진행해야 해 6월 법안통과는 어렵다"고 말했다. 6월 국회가 끝나면 여의도는 사실상 정기국회 체제로 바뀐다. 국정감사부터 결산, 예산안처리 등이 우선돼 대부분의 법안은 연말에야 몰아서 처리되고는 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도 "올해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당길 계획도 있어 국회는 조기에 국정감사의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물론 4월에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정무위에서만 5차례에 걸친 법안심사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는 많지만 법안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파행되고는 해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팸난무…개인정보 보호 등 부작용 속출 불가피=국회에 상정돼 있는 법안 가운데 금융위는 개인 정보나 보안, 소비자보호 등을 담고 있는 △신용정보법 △전자금융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위한 금융위설치법 등은 '반드시' 4월 국회 때 통과돼야 이후 절차를 밟아 연내 시행할 수 있는 법안이다. 역으로 4월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뜻이다.

청문회까지 거친 뒤 만들어진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4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내 종합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전화나 SMS·e메일 등 무차별적인 금융회사의 영업에 노출되고 거래가 끝난 뒤 5년 이내에 삭제하도록 한 개인정보를 금융회사는 계속 보유한 채 활용한다. 징벌적과징금이나 형벌·과태료 수준을 높이는 것 역시 적용할 수 없어 충분한 제재를 할 수 없다. 금융계 관계자도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영업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겸직을 제한하는 '전자금융법 개정안'은 물론 계열사 간 고객정보 제공절차 등을 담는 금융지주회사법 등 역시 지연돼 허술한 고객정보 관리가 이어진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독립기구, 즉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연내 설치도 무산된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합병을 골자로 한 산업은행법도 처리가 늦춰지면서 중복에 따른 비효율, 외자조달비용 증가 등을 초래될 것이라는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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