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병력과 자금 등의 이라크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국에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이라크 결의 채택으로 미국은 이라크 점령에 대해 사후 승인을 받는 등 명분을 확보했으나 유엔 주요 회원국들로부터 실질적 지원 약속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한국 등 동맹국뿐 아니라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반전 3국, 아랍권 등을 상대로 다양한 형태의 이라크 지원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선 20,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파병 요구 외교의 시동을 건 뒤 23,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국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동참 분위기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부시 대통령은 17일부터 시작된 아시아ㆍ태평양 6개국 순방과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각국 정상들과 만나 파병을 재촉할 계획이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 결의가 더 많은 국가들이 병력을 제공하도록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이미 이를 고려하던 국가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파병 요청 대상국 상대의 외교를 강화할 뜻을 비쳤다. 미국은 “유엔 결의에서도 회원국들의 병력 지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각 국에 경제ㆍ군사적 압박을 가하거나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어 이라크 지원국 회의에서는 복구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미국은 이 회의를 통해 최대 360억 달러(43조원)를 모금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지원 액수를 명시한 나라는 영국과 일본, 회의 개최국인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또 유엔 결의 통과 이후 이라크 과도정부,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이라크 파병 의사를 분명히 밝힌 나라는 거의 없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새 결의가 올바른 방향이지만 유엔의 역할 등에 대해 좀더 진전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이미 약속된 것 이외에 어떠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도 구체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무니르 아크람 유엔주재 대사도 “다국적군과 미국 주도 점령군의 차이가 모호하기 때문에 파키스탄은 이라크에 병력을 보낼 수 없다”고 파병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이 같은 분위기를 들어 “이라크 결의 현실화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