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 형지가 법정관리 중인 이에프씨(옛 에스콰이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3년간 7개 브랜드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형지는 패션업계가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에프씨를 통해 잡화 부문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형지는 17일 이에프씨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형지는 오는 26일 양해각서를 맺고 다음달 정밀실사 후 인수대금을 확정한 뒤 오는 4월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잡화 브랜드가 없는 형지로서는 이에프씨 인수를 통해 가방·신발 등의 라인업을 갖춰 종합 패션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또 기존 바우하우스의 유통 사업과 에스콰이어의 유통망에서 시너지를 발휘해 잡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형지의 고객층이 3050세대가 주축인 만큼 이들을 위한 슈즈 개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형지는 잡화를 비롯해 여성복, 남성복, 아웃도어, 학생복, 의류 도소매업, 유통업 등 패션 전 부문을 망라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형지의 사업 다각화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의 힘이 컸다. 지난 3년간 인수한 브랜드만도 7곳에 달한다. 지난 2012년 남성복 업체인 우성I&C 인수를 시작으로 바우하우스, 캐리스노트, 스테파넬, 에리트베이직, 베트남 C&M 의류생산 공장, 카스텔바작을 잇따라 집어삼키며 덩치를 키워왔다.
최근에는 우성I&C나 에리트베이직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패션잡화나 유아동복·뷰티 브랜드를 물색하다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게 됐다. 특히 최근 패션업계에서 지속되는 불경기로 의류보다 구두·액세서리·가방 등 잡화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점이 과감한 베팅의 이유로 분석된다.
형지는 지난해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 건물을 830억원에 매각했고 중저가 브랜드 'CMT(Choi Make Trend)'와 남성복 브랜드 '아놀드바시니' 사업부를 해체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600억원대다.
1961년에 설립된 이에프씨는 에스콰이어·미스미스터·영에이지 등의 제화와 소노비·에스콰이어컬렉션 등의 핸드백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매장 수는 270여개, 매출액은 연간 1,500억~2,000억원이다. 최근 매출감소로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채권단은 매각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