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좌우파 대연정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대연정 찬반투표에서 찬성 쪽이 승리함으로써 4년 만에 대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부터 공식 3선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재무장관직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장관이 연임됨에 따라 독일의 대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정책은 현재와 같은 맥락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은 14일 "투표 결과 76%가 대연정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41%의 득표율로 제1당에 올랐지만 과반에 5석 모자라 득표율 26%의 사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양측 수뇌부는 지난달 27일 최저임금제 도입과 연금인상, 부자증세 철회 등의 정책방향에 동의하며 대연정 출범에 합의했으며 사민당 당원 투표만 최종 관문으로 남겨놓았다.
대연정이 이뤄짐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17일 하원에서 3선 총리로 선출된다. 그가 4년 임기를 모두 채우면 총 12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게 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11년 기록을 깨고 세계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메르켈은 총리 선출 다음날인 18일 프랑스로 날아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19일에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은행연합에 대해 논의하는 등 본격적으로 3선 총리 활동을 시작한다.
대연정이 출범하면서 각료인선도 마무리됐다. 당초 합의안에 따라 총 16개 장관직(총리 포함) 중 7개는 메르켈 총리의 CDU가, 3개는 CSU가, 나머지 6개는 사민당이 차지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연임되면서 은행연합 등 독일의 유럽 재정경제 통합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는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을 맡게 됐다. 현재 독일 최대 현안인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에서 경제부로 이전되면서 가브리엘 당수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방장관으로는 사상 최초로 여성인 우어줄라 폰 데어 레옌 현 노동부 장관이 지명됐다.
한편 독일 대연정 출범으로 유로존 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 사라지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몇 개월 안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연정 합의 사안이 185쪽이나 될 만큼 방대하고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가 향후 총리직을 욕심내 자신만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연정이 삐걱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