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인당 400달러인 여행자 면세 한도를 단계적으로 최대 800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정부의 용역 결과가 나왔다. 상향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 않은데다 국민 소득 및 해외 여행객 증가 등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산업연구원은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에서 열린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면세 한도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대만 등 주변국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기본 면세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1인당 면세 한도는 미국(200~1,600달러), 일본(약 2,000달러), 중국(약 800달러), 유럽연합(약 580달러) 등이다.
여행객 휴대품 면세 한도는 해외를 다녀오는 여행객이 개인적으로 구매해 들여오는 물품에 대한 규정이다. 우리나라의 기본 면세 한도는 1996년부터 18년째 1인당 400달러에 묶여 있다. 이 밖에 술 1병, 담배 1보루, 향수 60㎖를 별도의 면세품목 한도로 정해놓았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면세 한도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외화유출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나 국내 관련 산업 분야의 피해,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면세 한도 상향 조정은 구매 한도를 올리는 것으로 추가 외화유출은 크지 않고 외국 여행객의 한국 내 쇼핑으로 상쇄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특별히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은 국민 소득의 변화를 면세 한도 조정의 중요한 변수로 여겼다. 현재 기본 면세 한도가 설정된 1996년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만2,518달러였지만 지난해는 2만6,205달러로 배 이상 늘어난 만큼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기본 면세 한도를 단계적으로 50% 올린 600달러, 100% 올린 800달러까지 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최 연구위원은 "기본 면세 한도가 상향조정되면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할 때 기념품이나 개인용품 등을 구매하는 데 더 많은 여유와 기회를 제공하는 후생증진 효과가 있다"며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세관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와 공청회는 앞으로 정책 판단 과정에서 참조할 사항이지 면세 한도를 당장 높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추가적인 연구용역 의뢰와 여론 수렴 등을 거쳐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