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종전보다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재계는 金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 원론에서는 취임 당시와 비슷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으나 종전과 달리 재벌개혁에 대한 추가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벌의 핵심역량 강화와 관련, 金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재벌이 몇개 계열사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각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을 주시하고 있다. 취임 초기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4~6개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던데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재벌 개혁 원칙이 마련된데다 빅딜의 구도가 완료됐으며 무리한 빅딜 추진에 대한 해외 일각의 우려가 제기된 점 등이 이같은 미묘한 변화를 낳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자신은 재벌개혁의 큰 원칙만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해당기업과 채권단의 문제로 넘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또 정부와 약속한 원칙의 준수를 위해서라도 올해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5대 그룹 한 임원도 『정부가 조바심을 덜 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정부의 무리한 빅딜 추진 등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시선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다른 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빅딜 등이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관점에서 재벌 개혁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제 정부는 재벌개혁을 금융권에 맡기고 실업·노사문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