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결 코넥스시대 개막] 벤처 자금조달 지원 한국판 애플 키운다

시장진입 조건 대폭 낮추고 상장유지 비용 부담 덜어줘
지정자문인 제도 도입 등 안정적 운영 장치도 마련


'창조금융'의 결정체 코넥스(KONEX)가 드디어 닻을 올린다.

7월 1일 출범하는 코넥스시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풀뿌리인 중소ㆍ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을 도와 '한국의 애플'을 탄생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미래성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해 시장에 알리고, 기업이 필요로 할 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화수분'으로 작용해 침체된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은 금융회사를 통한 간접금융에 심각하게 편중돼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 자금조달 경로의 83.3%가 은행자금에 쏠려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규모가 영세해 상장을 통한 직접금융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회사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은행의 수익성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언제든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현재 중소ㆍ벤처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 코스닥이 있지만, 초기 단계의 기업들은 사실상 진입이 불가능하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진입문턱을 높인데다, 까다로운 공시의무 등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도 지난 2010년~2002년 354개에서 2009년~2011년에는 153개로 반토막이 났다.

높은 상장유지 비용도 초기 중소ㆍ벤처기업에게는 걸림돌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을 기준으로 상장유지비용은 연평균 3억~5억원 수준. 코스닥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이 평균 16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익의 20%~30% 가량이 유지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창업 초기 대부분의 수익을 재투자로 연결해도 자금사정이 팍팍하고 모자랄 판인 기업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공개 현황을 보더라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자격과 상장유지 능력을 갖춘 중소ㆍ벤처기업은 많지 않다"며 "창업 초기 중소ㆍ벤처기업들에게 현재 코스닥시장의 벽은 높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넥스시장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시장진입 조건을 대폭 낮췄다. 자기자본 5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 매출액 10억원 중 한가지만 충족해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장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완화했고, 외부감사인 감사의무를 면제했으며, 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의무도 없앴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회수 및 재투자 여건 조성이 코넥스 설립 목표"라며 "인수합병(M&A)을 위해 현행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배제하고, 적정성에 대한 외부기관 평가도 면제하는 등 자금투자와 회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도 마련했다. 우선 투자자 범위를 금융투자회사ㆍ연기금ㆍ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가, 초기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전문성이 있는 엔젤투자자나 개인투자조합, 기본예탁금 3억원 이상으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개인으로 한정했다.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문호를 개방했을 경우 정보 부족 등으로 벌어질 수 있는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기업의 신규상장과 상장유지를 지원하고, 기업정보를 생성하는 지정자문인 제도도 도입했다. 증권사가 상장사의 '멘토'로서 책임을 지고 상장과 상장유지를 지원토록 한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지정자문인으로 선정한 IBK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총 11개 증권사는 상장 전에는 기업발굴 및 상장적격성 심사 등을 하고, 상장 후에는 자문, 공시대리,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상장사를 지원한다. 특히 2ㆍ4분기 마감 후 8월15일까지 1년에 1회 기업현황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반기에 1회 기업설명회를 의무적으로 여는 등 기업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코넥스시장 구조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점은 코스닥시장과의 연계기능이다. 1년 이상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기업들 중 주가, 거래량, 공시 등을 감안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시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해준다. 창업 초기 기업을 육성해 더 넓고 큰 자본시장에 데뷔시키는 채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설립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제도로 평가 받는다.

최홍식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코넥스는 규제 강화로 불거진 코스닥시장의 한계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초기 중소ㆍ벤처기업의 성장 인큐베이터로서 한국 산업계의 미래를 담당하는 기업들을 양성하는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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