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시행 이후 중국 본토 투자자가 홍콩증시에 투자하는 강구퉁 일일 한도가 처음으로 소진됐다.
글로벌 자금이 중국 본토 증시로 급격히 쏠리면서 상하이 증시가 급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은 홍콩증시에 대한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도 이 같은 변화를 포착해 이미 많이 오른 상하이증시보다 홍콩증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강구퉁의 일일 거래 한도인 105억위안이 모두 소진됐다.
후강퉁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 간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로 홍콩에서 상하이증시로 투자하는 후구퉁, 반대로 상하이에서 홍콩증시로 투자하는 강구퉁으로 나뉜다. 후구퉁의 하루 거래 한도는 130억위안, 강구통의 일일 거래 한도는 105억위안이다.
지난 11월17일 후강퉁이 시행된 이래 강구퉁의 하루 한도가 소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구퉁의 하루 거래 한도는 후강퉁 개장 첫날 소진된 적이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상하이증시가 고평가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홍콩증시로 자금이 움직이는 현상으로 분석한다. 많이 오른 상하이증시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자금이 홍콩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 대비 A주(중국본토 내국인 거래 주식)의 프리미엄지수가 전날 121.4를 기록해 하루 전에 비해 5%가량 하락했을 정도로 A주가 고평가되고 있다"며 "지난달 말부터는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 탓에 A주에 투자했던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증시에서는 지난달 하루 평균 13억위안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 투자자들의 홍콩증시 투자를 장려하면서 H주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자격이 없는 중국 본토 운용사들도 강구퉁을 통해 홍콩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현재 중국 본토 펀드 설정액은 1조3,000억위안에 달해 이 자금이 홍콩증시로 이동할 경우 홍콩증시가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감안해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나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본토 A주의 수익률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투자전략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H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년(4월8일 기준) 간 A주 펀드(A주와 H주 동시 투자 상품 포함)의 평균 수익률은 81.58%로 H주 펀드(24.33%)의 4배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이진욱 한화자산운용 ETF파트 매니저는 "고평가된 A주 대신 저평가된 H주에 투자해 수익을 단기간에 극대화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H지수 레버리지ETF를 매수하면 된다"며 "A주와 H주 투자에 대한 적정 시점을 판단하기가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홍콩과 본토에 모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