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진통제 투혼 장하나 "죽어도 필드서 죽겠다"

손목부상에도 4오버 35위로 완주
통증에 보호대 착용… 스윙 '불안'
'불굴의 투지'에 갤러리는 박수


"죽어도 전쟁터에서 죽어야죠."

장하나(22·비씨카드)는 아픈 오른쪽 손목을 계속 매만지며 애써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관왕을 차지한 장하나는 2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언더파 ?위로 마쳤다. 시즌 3승은 놓쳤지만 손목 부상 탓에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투혼을 보여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손목에 이상이 온 것은 지난달 중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부터. 지난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 9번홀 뒤 기권하고 말았다. 이후 손목에 깁스까지 한 장하나는 휴식 대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에도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깁스를 풀고는 손목보호대를 차고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장하나는 1라운드에서 임팩트 뒤 폴로스루 때 오른손을 놓아버리는 불완전한 스윙으로 모든 홀을 돌았다. "다운스윙 때면 손목 윗부분의 통증이 순간적으로 심해져 어쩔 수 없다"는 게 장하나의 설명. 이렇게 비정상적인 스윙으로 대회를 치르기는 처음이란다. 그럼에도 장하나는 1언더파를 쳤고 경기 중 손목보호대를 푼 2라운드에서는 3타나 줄여 공동 1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마지막 날 8타를 잃어 최종합계 4오버파 공동 35위로 처졌지만 기권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것 자체로 칭찬 받을 만했다. 매 라운드 뒤 병원부터 달려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장하나는 '진통제 투혼'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지난달 14일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도전을 선언한 장하나는 12월 Q스쿨 출전을 위해 오는 26일 출국할 계획이다. 이번주 KLPGA 투어 대회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에는 나갈 것이라고 한다. 장하나는 "시즌이 끝나면 출국일까지 1주일 정도 쉴 시간이 있어서 괜찮다"며 "아파도 전쟁터에서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