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아직도 불황이 가시지 않아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불황을 모르는 기업도 있다. 이렇게 불황을 타지 않는 기업들을 찬찬히 분석해보면 공통적으로 고객을 귀히 여기며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이 고객을 잃는 이유 중의 가장 큰 원인은 고객과 직접 접하는 직원들의 불만족스러운 태도이다. 고객의 60~70%가 이같은 이유로 기업을 떠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원인은 제품에 대한 불만이다. 이렇게 볼 때 뭐니뭐니해도 기업의 생존에 고객만큼 중요한 변수는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고객을 잘 모시는 것일까. 여기 귀감이 될 만한 몇가지 사례를 짚어보자. 우리 은행들 중 지점의 형편에 따라 고객서비스를 잘 차별화하는 은행들이 있다. 모 은행의 가락동 지점은 새벽에도 문을 연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새벽에 가장 활발히 돌아가기 때문
이다. 같은 은행의 서울대입구 지점은 남녀 직원 두 명으로 구성된 「움직이는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근처에 있는 봉천동시장 상인들을 겨냥한 서비스다. 잠시라도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생선이나 야채장수들을 위해 예금출납과 동전교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조그마한 손수레를 끌며 시장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이다. 손수레가 다녀간 후라도 전화로 통장번호와 인출액을 이야기하면 즉시 배달도 해준다. 또다른 은행의 답십리 지점도 부근의 상가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오전10시부터 2시간 동안 파출수납을 하고 있다. 그동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던 은행원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는 형태다. 인근 용답시장 내 100여개 상가를 순회하면서 잔돈교환·예금출납·통장개설·대출상담 등 소규모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 진입, 성공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피자헛 체인은 전국매장에 손님으로 가장한 본사 감찰팀이 종업원의 서비스 상태를 암행조사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매장의 청결도, 종업원의 친절수준, 주문과 배달의 정확성, 제품의 신선도, 신속한 응대 등을 고객의 입장에서 점검하는 것이 감찰팀의 역할이다. 전국의 모든 매장을 한달에 한번 이상 방문, 성적을 매기고 종업원 개인별 점수도 산정한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미국에서 매년 매출액 1위를 놓치지 않는 피자헛 점포의 주인은 매주 월요일을 「고객과 대화하는 날」로 정해놓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 하루 종일 지난주에 자기 점포를 다녀간 고객의 명단을 놓고 전화로 대화한다.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맛이나 서비스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를 물어서 영업에 반영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충실한 대화가 판매액 1위의 자리를 지켜주는 비결이 된 셈이다.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는 중국고객들이 뱀을 좋아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뱀을 팔고 있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못 팔 것이 없다는 고객 중심의 철학이 낳은 결과이다.
고객만족을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 중에 불황을 겪는 기업은 없다. 고객의 말에 귀기울이면 고객만족의 길은 저절로 알게 된다. 단지 필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실천의지다.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아랫사람에게만 맡겨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