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의 끝에 가까이 와 있는가. 2년여 침잠하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기미가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산업연구원(KIET)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수출경기가 되살아나 대부분의 업종이 10%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력 수출품이 활기를 띨 것이나 특히 반도체의 생산 수출이 40%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업 투자의욕도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계공업진흥회가 하반기 국산시설재 구입용 상업차관 신청을 마감한 결과, 26개 기업이 33억3천만 달러를 신청, 상반기의 3.3배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출이 늘고 경기회복기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KIET가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당초 5.7%에서 5.9%로, 무역수지 적자도 1백95억달러에서 1백70억달러로 수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민간연구소들은 이미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고 경상적자 전망치는 낮춰 잡았다.
이같은 희망적 전망의 배경은 엔화강세와 원화 절하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경기가 상승국면을 타는 순환 시점에다 주요 원자재시세가 안정되어 있고 세계 경제의 호조세가 겹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경기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신호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역시 썰렁하고 불안요인이 도처에 잠복되어 있어 본격적인 회복 기대는 성급한 것 같다.
금융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그 파장이 자금시장에까지 부정적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안정되어 가던 금리가 다시 오르는 등 자금시장을 불안케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부도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대기업으로 파급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재벌들의 불화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권력게임이 정치불안을 유발하는가 하면 남북관계도 언제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내수가 침체되어가는 한편으로 해외여행같은 고소득층의 과소비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때 일수록 성급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 엔 강세의 호재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에 활용하지 못하면 반짝경기로 흘려보낼 뿐 오히려 고비용구조개선 노력을 나태케 하는 역효과만 떠안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는 작업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허리띠 졸라매기, 거품빼기를 되레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경기회복에 조급하다가 또 거품을 부풀려 헛배부르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불황이 더 지속되고 배속에서 꼬르록소리가 나봐야 정신차릴 것이라는 비아냥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