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민간硏, 연구업무 포기 속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기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외환위기 당시 정부출연ㆍ투자기관 중심으로 연구원 구조조정 바람이 한차례 휘몰아친 데 이어 최근에는 민간기업 연구소들이 대덕연구단지를 탈출하거나 연구업무를 포기, '말뿐인 연구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같은 현상은 성장잠재력의 잠식이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사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 및 입주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3년 문을 연 삼성종합기술원이 선박연구소 등 일부 시설만을 제외한 채 대부분의 연구소를 매각해 경기도 시흥에 있는 삼성종합연구소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부지 및 건물 34만6,170㎡ 중 26만4,000㎡를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에 매각한다는 계획 아래 실무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400여명의 연구인력 대부분이 대덕연구단지를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덕연구단지에 연구소를 건립, 기술력을 높이겠다며 부지매입에 나섰던 상당수 기업들이 이를 되팔고 있다. 한솔제지는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에 한솔연구원부지를 매입했으나 이를 벤처단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고 삼양화학이 연구소 건립을 위해 매입했던 3만5,000여평도 벤처기업 협동화단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100여명이 일하던 한효기술연구원 또한 이를 벤처기업에 매각하며 연구소 운영을 포기했고 200여명의 연구인력이 일하던 SK텔레콤연구원도 분당에 있는 그룹연구소로 통폐합되며 대덕연구단지를 떠났다. 이 같은 민간기업 연구소의 연구기능 포기와 대덕연구단지 탈출 러시는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연구단지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 종사자들의 사기도 크게 저하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3월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종사자 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78% 이상이 연구원을 떠나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이직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연구원을 떠난 인원이 326여명을 넘었다. 이는 99년 241명보다 26%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연구원을 포기하고 벤처 창업한 박모씨는 "연구원이 더 이상 평생직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종사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있다"며 "대덕연구단지를 국가과학기술의 메카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연구원 사기진작과 연구원의 본연의 업무수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희윤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