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내놓은 보증확대 방안은 대출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벌써부터 “기업을 살리려다 보증기관이 망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 형국이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조차 “실무진을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서…”라고 토로할 정도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증직원에 대해 면책기준을 만들 때 보증기관 임직원의 재량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며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할 때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다양한 세부방안을 포함시켰다. ▲금융질서 문란 기업 ▲휴ㆍ폐업 ▲회생절차 진행기업 ▲악성 연체로 회생이 어려운 기업 등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강도 높은 경영개선 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고 사후에 자금용도를 확인해 불법 보증 사례에 대해서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증 집행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낙 불특정 다수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다 자구노력보다는 보증에 기대는 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출 받은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등의 불법ㆍ부정 행위도 예측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이번 방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증기관의 부실확대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표적 보증기관인 신보와 기보의 경우 지난해 부실 발생으로 물어준 대위변제금액이 이미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최소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신보와 기보가 연초 보증계획을 수립할 때 예상한 올해 대위변제 금액은 3조2,360억원. 이는 대위변제 발생률을 신보 6.2%, 기보 7.6% 등으로 보고 산정한 수치다. 하지만 이번 보증확대 조치로 대위변제 발생률이 3~4%포인트 올라 10%가량 될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신용보증 확대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지만 경기침체로 기한이 연장되고 이 과정에서 대위변제금액이 급속도로 증가하면 보증기관의 자체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으로 신보와 기보 등 보증기관의 부실을 충당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결국 정부는 돈이 돌도록 하기 위해 특단의 보증 카드를 꺼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보증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할 입장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