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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나의 연인, 나의 애인, 나의 천적…’
조명이 켜지고 무대에 홀로 오른 연옥은 그(정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체 연옥과 정민은 어떤 관계였을까.
사랑을 하는 청춘들은 종종 “내 남자친구는 왜 이걸 이해 못 하지?” “내 여자친구의 속내를 모르겠다”며 고민에 빠진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절로 공감갈 터다. 20대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남과 여의 마음이 50대가 되면 쉽게 이해될까.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가 되어도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은 저명한 역사학자 교수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기자 연옥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50대, 인생의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은 한때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한 사이다. 서로를 모르고 살아온 시간 보다 알고 지낸 시간들이 더 긴 이들은 정민의 제안으로 매주 목요일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한다. 역사·고독·죽음·문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둘만의 특별한 목요일은 매번 사소한 싸움으로 번지면서 과거의 오해들까지 불러일으킨다. 둘 사이의 추억이 얼마나 서로에게 다르게 기억되고 있는 지 깨닫게 되는 것.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현재와 과거의 남녀 생각을 반추하는 구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남과 여의 상황과 심정 모두를 공감케 한다. 남과 여의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공감을 일으킨 스토리는 중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20~30대 관객들마저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남과 여가 다르기에 연옥은 인생의 반을 함께 해온 남자 정민을 아직까지도 정의내릴 수 없다.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독특한 커플 에피소드를 그리는 듯 하지만 극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사랑 갈등 화해를 통해 남녀의 본질적 차이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법한 사랑과 인생의 갈등. 연말을 맞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속 50대 중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