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보험민원 줄이지 못하면 알아서 하세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얼마 전 금감원 보험 담당자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일본의 보험감독청이 보험민원을 2001년 21만4,021건에서 2010년 2,331건으로 줄인 사실을 말한 것이다.
최 원장은 최근 일본의 보험감독청을 직접 방문해 10년 만에 100분의1로 줄어든 민원 수치를 보고 무척 놀라워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민원이 많은 보험회사의 경영진의 용퇴를 요구했다는 게 일본 감독청장의 답변이었다. 우리 금감원 역시 보험회사에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상품 출시 전에는 보험요율이나 약관 등을 심사해 최종 허가한다. 보험료 꼼수 인사, 보험 약관의 문제점을 발견해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금감원이 특정 회사의 경영진을 물러나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일본의 보험감독청은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경제산업청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이 더 높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최 원장은 금감원 보험조사국 등 담당 국 직원을 조만간 일본에 보내 보험감독 실태를 알아보게 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더욱 정교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보험금 지급에 증거가 되는 병원 진료기록이 전산화돼 있지만 일본은 아직도 손으로 쓴 진료기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금융 당국이 사용하는 보고서에 유럽과 미국의 사례만 나올 뿐 일본의 사례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원장이 이러한 지적을 무릅쓰고 일본의 보험감독청을 주목하는 까닭은 그가 보험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석부원장 시절 특정 업권을 맡지 않던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업권을 관장하겠다고 자청했을 정도다.
원장이 된 후에도 취임사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보험산업의 문제점을 들여다볼 뜻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의 절반 이상이 보험"이라면서 "전체 금융권에서 보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데 민원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최근 보험회사는 여러 면에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보험료 인상, 누락된 보험금 등은 단골소재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대기업 총수일가가 고객의 보험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관행에 법 개정을 통한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이 중에서 금감원이 우선 관심을 갖는 소재는 보험료 꼼수 인상과 보험금 누락이다. 최근 보험회사의 보험료 인상 조짐에 금감원은 지나치게 인상하려 한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지난해 보험료를 투자해 얻은 수익만 4,500억원"이라면서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주장할 때는 금융 당국에 이 같은 금융수익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험회사가 상품별로 손실이 적은 곳의 보험료를 낮추지 않고 손실이 높은 상품의 수익을 메우는 게 쓴다는 게 금융 당국의 지적이다.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누락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보험업계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최 원장이 보험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며 "다만 관심이 업계에 대한 과도한 수술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