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일본문화

옛날, 돈이 생기면 중국사람은 비단옷을 장만하고 일본사람은 집을 짓는다고했다. 한국사람은 먹어 없앤다고 했다. 이 비유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중국사람은 명예 혹은 허식을 숭상한다는 뜻, 일본사람은 미(美)혹은 도락을 쫓는다는 뜻, 그리고 한국사람은 보다 실질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또 일본사람 밑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은 일본사람은 콩이며 한국사람은 팥이라고 말한 일본인 교사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콩과 팥은 다 낟알로 따로 떨어져있되 삶아서 으깨면 콩은 찰기가있어 서로 영커 붙지만 팥은 부스러질뿐 잘 엉켜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족으로써 단결하는 힘이 있고 없음을 비야냥거린 말이다. 그러나 민족적 기질 혹은 문화의 특성은 콩과 팥의 비유처럼 한 단면만을 보고 단죄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일례로 팥을 닮은 우리 기질은 민주주의를 위해 훨씬 더 적합한 기질이며 반면 콩을 닮은 일본사람들의 기질은 민주주의와는 맞지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엉켜 붙지않는 개인이 토대가 되어야 그 민주주의는 뿌리를 박는것이며 쉽게 엉켜 붙어 개인이 멸실되면 오히려 전체주의에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업의 운용에 있어서도 콩보다 팥이 훨씬 유리하며 유능하다. 하긴, 인접한 나라사이일수록 문화는 교류될 수밖에 없으며 서로 닮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문화의 교류와 동화가 진행될수록 외래문화에 대한 배척과 차별화는 강조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해방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일본문화의 잔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유입을 막기위해 무진 애를 써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개발의 개시와 더불어 일본식 기업문화가 막힘없이 이입된 것이 사실이다. 기업문화에 묻어 다른 문화, 즉 먹고 입고 노는 문화가 광범하게 묻어 들어왔다. 그뒤 일본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가 우리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것은 70년대 후반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대거 귀국하게되고 또 대량의 미국이민이 실현되면서 부터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통문화, 일본식 문화 그리고 미국식 문화의 혼합물이 되고 있다. 일본문화와의 교류를 공식화했다하여 새삼스럽게 그 폐단을 걱정할 단계는 이미 아니다. <정태성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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