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취임 원년 국내외 정상외교를 마무리한다.
지난 2월25일 취임한 박 대통령이 취임 당일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만난 것을 시작으로 각국 정상과 얼굴을 마주하고 회담한 횟수는 모두 31차례다.
상대국을 보면 일본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까지 거의 전 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해외 순방은 모두 5차례였다. 박 대통령은 5월 취임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앉았고, 6월에는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9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외교에 데뷔했으며, 이탈리아, 독일, 카자흐스탄, 러시아와 4차례 개별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을 만났다.
10월 초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고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4번째 순방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중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미얀마, 인도네시아까지 9개국 정상과 단독으로 회담했다.
올해 마지막 순방이던 11월 서유럽 방문 때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EU 정상과 만났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정상과의 정상외교도 이어졌다. 취임 당일 태국을 시작으로 우간다, 모잠비크, 뉴질랜드,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키르키즈, 라오스, 그리스에 이어 이날 싱가포르까지 11개국 정상과 청와대에서 회담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이뤄진 박 대통령의 집권 첫해 정상외교는 대북 공조와 세일즈 외교에 초점이 맞춰졌고,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북한의 안보 위협 속에 취임한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했다.
특히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과 돈독한 우호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미국에 치우친 외교가 아닌 미·중 ‘등거리·균형’ 외교를 이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경제·안보 제휴 강화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한국을 ‘전통의 한미일 3각축’에 계속 남겨두려는 전력적 이해와 충돌할 소지를 열어놨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대중국 근접외교 가능성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세일즈 외교 성과도 풍성했다고 청와대는 자평한다. 정부의 외교라인은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연내에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과 베트남과 내년 안에 자유무역협정(FTA)를 타결하기로 약속한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는다.
동남아 지역 국가에서 한창인 인프라 건설에 우리 기업의 진출 여건을 조성하거나, 현지 진출 우리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에 역점을 뒀던 분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왕성한 외교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 동북아 긴장이 고조된 점은 박근혜 정부 대중외교의 과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