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돼 피살된 배형규 목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사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이 자국민 피살 사태 속에서도 정쟁에만 골몰했다는 역풍이 불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정부는 추가로 희생자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채널을 총 가동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적극적 사태해결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김형오 원내대표는 “공포와 위협 속에서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열린우리당은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서혜석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탈레반의 배 목사 살해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며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서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탈레반 측에 즉각적인 피랍자 석방을 요구했다.
유종필 중도통합민주당 대변인도 공식논평을 통해 “배 목사의 무고한 희생에 대해 전 국민과 함께 분노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뒤 정부 측에 “기민하고 현명하게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정쟁을 자제하자는 데 공감대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 측의 장광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아침 긴급회의를 통해 정치공방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후보 측의 이혜훈 대변인 역시 “(정치) 공방 중단을 선언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신당 창당 문제로 시끄러운 범여권도 정치적 갈등의 목소리를 낮추자는 분위기다. 신당창당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생사가 기로에 선 상황에서 신당 지분 싸움이나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선 안 된다”며 “정무적인 사안은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하자는 분위기”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