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철도차량·발전설비 등 7개 빅딜업종의 경영주체를 일괄
확정하기 위해 진행된 5대 그룹의 빅딜협상이 7일 사실상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대 그룹의 과다한 부채구조와 과잉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금융단 주도로 여신회수 등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채권금융기관과 전문가로 구성할 5대 그룹
사업구조조정추진위원회는 지금까지 5대 그룹이 제시한 방안의
적정성을 평가한 뒤 실현성이 없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한
재벌에 대해 한계계열사 및 사업부문의 매각 또는 정리 여신중단
보증채무 이행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재벌들의 문제는 과다, 과오투자에서 출발한 것으로 재벌들이
이를 스스로 정리하지 못할 경우 은행들이 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하다』며 『5대 그룹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채권금융단이 적정성을 평가하고 기업개선작업(Work-0ut)이라는
틀 안에서 금융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적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사업교환 등 빅딜은 5대
그룹이 자율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나 5대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홍건(崔弘健) 산업자원부 차관은 『5대 그룹 구조조정안
발표내용이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더이상 재계의 구조조정을 기다릴 수 없어 워크아웃을 적용키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마쳤고 지난 6일 전경련에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崔차관은 『오는 11월15일께 5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1차시안을 발표할 것이며 시안에는 반도체와 철도차량
등 자율 구조조정에 실패한 업종의 기업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이 2차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철강이나
울산·여천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개별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진전되고 있는 만큼 더이상 재계의 자율조정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도체·철도차량·발전설비업종에 대한 단일법인 설립 및
경영주체 선정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孫부회장은 현대와 LG의 반도체부문을 합병, 양사의 지분비율을
7대3으로 하되 어느 업체가 책임경영 주체가 될지는
외국전문컨설팅회사에 의뢰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오는 15일까지 전문컨설팅회사에 실사를 의뢰하고
11월30일까지 지배주주 및 책임경영 주체를 결정, 12월말까지
합병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기로 했다.
발전설비 부문은 삼성중공업의 보일러설비를 한국중공업에
이관하고 한중과 현대중공업의 사업권 일원화 문제는 양사
합의하에 별도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철도차량도 당초의 단일법인 설립방안을 철회하는 대신
현대·대우·한진의 3사체제에서 대우-한진이 별도법인으로 통합,
2사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최창환·이용택·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