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의 `라마단 대공세`가 수도 바그다드 심장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감행됐다.이슬람권의 라마단이 시작된 직후인 27일 바그다드에서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경찰서 등을 겨냥한 5건의 차량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최소 25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저항 세력의 공격은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현지에서는 `라마단 대공세`로 부르고 있다.
저항 세력은 미군 뿐 아니라 민간인, 이라크 경찰, 구호 단체까지 타깃으로 삼는 등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 게다가 26, 27일 이틀간 연쇄 공격이 발생한 지역은 미군이 가장 철저하게 경비해 `그린 존`으로 불려온 지역이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외신들은 이라크 상황이 `혼돈 그 자체` 라고 전했다.
● 저항세력의 잇단 공격
27일 오전 8시30분께 바그다드에 있는 국제적십자위원회 본부 건물 외곽에서 폭탄을 실은 자살 폭탄 차량이 폭발, ICRC 직원을 포함해 3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목격자들은 “폭탄을 실은 구급차 1대가 적십자위원회 건물을 향해 돌진하다가 바리케이드와 충돌한 뒤 폭발했다”고 전했다.
ICRC 폭발 사건 이후 1시간 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4곳의 경찰서를 겨냥한 연쇄 폭탄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AP 통신은 경찰서 폭탄 공격에서만 최소 27명이 숨졌다고 보도, 이라크 과도 통치위원회가 집계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20여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테러 시간이 아침 출근 시간이고, 테러 지점이 민간인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격은 전날 새벽 6시 10분께 미국의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투숙하고 있던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호텔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뤄진 뒤 하루 만에 발생했다.
● 저항세력의 의도
이라크 저항 세력의 공격 목표는 미군뿐 아니라 유엔사무소, 외국 대사관, 호텔, 경찰서, 적십자위원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항 세력의 공격은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인 적도 있으나 최근 들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은 “지난 여름 하루 10~15건이었던 공격이 최근 하루 평균 20~25건, 최고 35건으로 늘었다”고 보고했다. 저항 세력은 잇단 공격을 통해 이라크인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라크 유엔 결의안 채택에 이어 재건 지원금까지 끌어들여 이라크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제동을 걸려는 의미도 있다. 또 친미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과도통치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속수무책 속타는 미국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건 발발 직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성공할수록 더 많은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미국은 예정대로 전후처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미군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알 라시드 호텔이 공격을 받은 직후 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강도의 저항이 계속될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미국의 대테러 작전 기획자 월포위츠 부장관은 “저항 세력의 공격을 완전히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특단의 대책이 있을 수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라크 재건 지원국회의에서 나온 각국의 지원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시키려면 먼저 이라크 치안의 안정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