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강제징용 한국민 국내 법원도 재판권 있다"
서울지법 판결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피해자에 대한 재판권이 우리 법원에도 있으며, '한일협정' 때문에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윤준 부장판사)는 3일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제철소에 강제 동원된 여모씨 등 5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여씨 등의 강제노동 사실과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의무는 인정했지만 ▦강제 징용된 기업이 신일본제철과 법인격이 다르며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와 구 일본제철의 조직적인 기망에 의해 원고들이 강제 동원됐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한민국 내에서 불법행위가 이루어져 우리 법원도 재판관할권이 있으며, 1965년 한일협정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 자체가 소멸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본 법원에서 같은 내용의 소송에 대해 '신일본제철이 구 일본제철과 법인격이 다르고 채무를 승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피고에 대해 위자료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결한 내용이 우리나라 법원에도 효력을 갖고 있으며,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지났기 때문에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씨 등은 지난 2005년 일제강점 말기인 1940년대 일본 정부와 기업에 강제 동원돼 일본제철 오사카 공장 등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당시 지급 받지 못한 임금 등을 1인 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