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韓ㆍ日경제 위협

지난 연말 이래 지속되는 달러화 약세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한국 등 특히 일부 아시아권 국가 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4일 보도했다. 지금 같은 속도로 달러 하락이 지속된다면 머지 않아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18.72엔까지 떨어진 뒤 전장대비 0.30달러 낮은 119엔 선에서 거래를 마쳤으며,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18엔대에서 오르내렸다. 달러화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라크와 북한 사태, 미 경제 불안 등 악재로 인해 해외 수출업체들이 달러화로 결제되는 수출대금을 속속 자국 통화로 바꿔 미국에서 빼내 오고 있는 반면,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으로의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 AWSJ 원자재 및 무역관련 결제 대부분이 달러화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일부 아시아 국가는 물론 국제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외환시장 동향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로 인해 수출 편중도가 높아지는 일본 기업들. 수입의 75%를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일본 최대의 사무장비업체 캐논을 비롯해 일본의 전자,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근의 약달러-엔고 현상에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AWSJ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오를 때마다 소니의 연간 매출은 330억엔, 영업수익은 80억엔 줄어든다는 것. 일본 수출업체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달러당 115.3엔 수준으로 아직 위기에 당면한 상황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난 한 달간 달러화 가치가 5%나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고등`이 켜지기는 마찬가지다. 수입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현재의 달러 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며, 달러가 1,100~1,150원 수준까지 떨어져야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달러화 가치가 20% 이상 과대평가됐다는 모건스탠리의 통화담당 애널리스트 스티븐 젠의 전망 등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등 자국 통화가 달러화에 연계된 국가들의 경우 달러 약세가 곧 자국 통화의 약세, 자국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의 외환시장 추세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달러화 채무가 많은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상환액 감소로 이어지는 달러 약세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계속되는 달러 약세로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이 조만간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미조구치 젠베이(溝口善兵) 국제국장은 14일 최근의 엔화 동향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5~6월 사이 4조엔을 매각해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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