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대북 현금지원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 및 경협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가뜩이나 핵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 퍼주기 논란`이 가열되면서 남북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원 자체의 적법성 여부, 정권 핵심의 사전 인지 및 협력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인 논란과 함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공방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지원 `적법성` 논란 =현대상선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4,000억원중 1,765억원은 유동성 위기 해소에 썼으며 나머지 2,235억원은 대북 협력 사업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결국 현 정부의 묵인아래 현대가 북측으로부터 금강산, 개성공단 특구내에서의 사업 독점권을 받아내기 위해 거액을 건넸을 것이라는 의혹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 현대는 특구 개발과 관련, 지난해 북측으로부터 금강산 관광지구 토지를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받아냈다.
현대측 주장대로라면 북한에 대한 지원은 `뒷거래` 성격의 의혹이 아닌 합법적인 대북사업이란 얘기다. 그러나 현대의 주장이 진실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대상선은 현대와 북한간에 약정된 합의서에 따라 문제의 자금을 북한에 지원했다는 소명자료를 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현대의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대북지원이 합법적인 기업행위로 볼 수 있느냐의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는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4,00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번 대북지원이 `기업운영`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은 의혹 = 북한지원설과 관련한 핵심쟁점인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전혀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계좌가 사용됐는지, 또 직접 전달됐다면 누구를 통해 언제, 어떻게 전달됐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특히 대북지원이 현대상선이라는 일개 기업차원에서 완결된 것인지 아니면 집권세력의 사전인지, 또는 권유 등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전혀 해명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북한에 지원됐다는 자금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000년 6월7일 대출된 자금이란 점도 의심을 낳을 소지가 있다.
◇남북관계ㆍ경협에 부정적 영향 = 현대상선의 대북 지원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향후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7일 남북간 민간인 군사분계선(MDL) 통행문제 타결로 이제 겨우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각종 남북 교류협력사업도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의선 철도연결과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은 민간인의 MDL통과문제 타결과 임동원 특사와 북한 김용순 조선아시아ㆍ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간의 합의로 2월 완공과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외부여건이 악화되면 그마저도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다자간 협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이를 유엔 안보리로 넘기기 위한 사전절차로 내주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이사회 개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북핵문제가 `해결`보다 `악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여기에 현대의 대북지원 사실 확인은 남북관계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대북지원 문제로 `대북 퍼주기 논란`이 재연되고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지게 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다”며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 저하를 우려했다.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