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터 살리고 시비 가려야”/김선홍 기아그룹 회장 일문일답

◎「유예」전 수준 금융활동 보장을/“계열사 소유” 등 루머 사실무근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은 중국출장에 앞서 지난 16일 하오 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출장을 간다니까 도망간다고 하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기아가 부도유예대상으로 지정된 지난달 15일 이후 김회장이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심경과 거취, 기아그룹의 장래 등에 대해 상세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채권은행단과 불신의 골이 너무 깊게 패였다고 보는데. ▲채권은행단과 소원한 점이 많았다.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보완해 오해를 푸는데 진력하겠다. 그런데 자기머리 못깎는 중처럼 자체해결에 난관이 많다. 언론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적극적인 중재를 해 줬으면 한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임창열 통산부장관과 서상목 신한국당의원과의 3자회동 후 김회장이 사퇴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기아는 이를 사실무근 이라고 반박했다. 누구말이 옳은가. ▲굴 뚫는 원리로 보면 된다. 양쪽에서 굴을 뚫어오는데 처음부터 측량이 다르면 2개의 굴이 뚫릴 수밖에 없다. 우리 발표가 맞을 것이다. ­채권은행단은 김회장의 공증된 사퇴서 제출없이는 지원도 없다고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과 오해를 풀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서는 등 전력을 다하겠다. 기아는 돌연 비브리오균에 감염돼 집단 식중독에 걸린 상태라고 생각한다. 환자에 따라 링거주사를 놔야하고, 중환자는 산소호흡기를 통해 산소도 공급해야 하고 더한 중증환자는 메스도 가해야 한다. 일단 식중독환자들은 어떻게든 살려야 되지 않겠는가. 중국의 화타와 같은 명의가 없다면 가장 경험많은 의사가 나서 고쳐야 한다. 기업을 살려놓고 잘잘못을 물어도 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먼저 살리는 것이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가 소하리공장을 다녀간 뒤 기아사태의 해법이 나왔다고 하는데. ▲정치권이 은행이 아닌만큼 기아에 직접지원을 해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대표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열심히하면 당도 돕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인이 여러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기아에 와서 격려해준 것은 「국가경제를 생각한 매우 중대한 결심」으로 지원문제를 떠나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아임직원들은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상황을 보면서 최고경영자와 종업원이 위기관리를 못하면 어떤일이 벌어진다는 눈물겨운 교훈을 얻고 있다. 위기관리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정부나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작은 위험에서 교훈을 얻어 보다 큰 위험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기아를 어떻게 회생시켜야 하는가. 기아회생을 위해 채권은행단에 궁극적으로 바라는게 뭔가. ▲부도유예업체 지정이전 수준에서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보장해줬으면 한다. 신용을 상실한 기업이 욕심을 낸다고 할지 모르나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금융활동만 인정해주면 정부와 국민, 채권단에 큰 피해없이 반드시 회생해 보답하겠다. 혹독한 자구노력을 벌여 신용회복에 주력한다면 채권단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과 대화도 적극 시도하겠다. ­김회장과 기아를 둘러싼 악성 루머가 돌고 있다. ▲(김회장은 메모하지 않는 전제를 달았다)내가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고 일부 중역들이 협력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와 경영진이 부패해 부도유예사태에 이르렀다는 말도 듣고 있다. 상당히 곤혹스럽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기아와 나 자신에 관한 악성 루머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증거가 있으면 제시해 달라. 내 아들이 기아그룹에 입사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나서서 말렸다. 채권단이 이를 충분히 이해해주길 바란다.<정승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