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8월5일] 국민신발 고무신 첫선

박민수 <편집위원>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사이 여자가 변심하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한다. 왜 여자의 변심을 고무신 거꾸로 신은 것에 비유했을까, 그리고 다른 신발도 많은 데 왜 하필 고무신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거꾸로 신기 쉬운 고무신은 발자국이 남자를 향한 것처럼 찍혀 그만큼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를 안심시켜놓고 더 멀리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그럴듯하다. 요즘이야 워낙 다양한 기능과 패션의 신발이 많지만 과거에는 전국민의 80% 이상이 고무신을 애용했을 정도로 고무신은 국민 신발이었다. 고무신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22년 8월5일이다. 대륙고무주식회사는 이날 ‘대륙고무가 고무신을 출매함에 있어 이왕(李王)께서 이용하심에 황감함을 비롯 여관(女官) 각 위의 애용을 수하야’라는 신문광고를 실었다. 여기에서 이왕은 순종으로 최초로 고무신을 신었다고 기록된 순종은 발이 편하다며 주위 사람에게도 권했다고 한다. 대륙고무는 미국 대리공사 재임시 갓 쓰고 도포 차림으로 서양 춤을 잘 춰 워싱턴 사교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하영이 설립한 회사로 대장군표 고무신을 생산, 시판했다. 고무신은 당시 갖신이나 당혜ㆍ짚신보다 방수도 잘됐고 실용적이었으며 무엄하게도 임금을 광고에 재빠르게 활용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이었던 신발산업도 1990년대를 정점으로 중국과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발산업은 그렇다 치고 우리 모두 나에게 향한 발자국을 다시 한번 잘 살펴봐야겠다. 겉은 내게 향해 있지만 진정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발자국인지 아니면 거꾸로 신고 찍은 발자국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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