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은행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예금이 무단인출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는 데도 금융감독원이 늑장대처해 빈축을 사고 있다.
피해자들은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위조된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를 입력했다가 본인 몰래 거액의 예금이 인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은행 예금 잔액이 1천만원 이상 고객에게는 그 돈의 10배를 빌려준다"고 선전하는 대출 알선 사이트에 들어간 뒤 그곳에 링크돼 있는 위조 은행 사이트에접속했다가 피해를 봤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들은 17일 오전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고 협조를 요청해왔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건이 보도될 경우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종 금융사고가 1개 은행이 아니라 적어도 4곳 이상 은행에서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향후 유사피해 발생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감원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모일간지에 이 사건이 보도된 만큼 이미 범인 검거가 비(非) 보도 협조의 명분이 되기 어렵게 됐는 데도 금감원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금감원은 범인 검거후 발표할 관련 보도자료를 이미 상당수준 작성해놓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확산 방지보다는 '발표 한건'에 집착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드러난 사고의 범인 몇명을 검거하는 게 중요한 지, 아니면적극적인 대(對) 국민홍보를 통해 앞으로 수없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들을 막는것이 중요한 지, 금감원은 사려 깊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자들의 사고관련 설명요구가 이어지자 사실여부 확인 거부 입장을철회하고 결국 이날 정오께 뒤늦게 보도자료를 배포, 대국민 홍보에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